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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category 독서 2021. 9. 20. 10:27

돈의 심리학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금융이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간이 탐욕스럽고, 감정에 휘둘리며 더 나아가 미쳐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여는 첫 문구를 읽어보자.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이다. 누군가에게는 미친 짓처럼 보이는 일이 나에게는 이해가 되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태어난 환경, 살아가면서 쌓은 경험들이 다르기 때문에, 금융에 관련하여 모든 사람이 가지는 ‘정서적 경험’ 은 다르다. 예를 들면, 대공황을 겪은 사람은 우리 세대가 왜 주식을 보유하고도 태평한지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즉, 투자 결정이 자신이 겪은 시대, 시황,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로써 나는 금융은, 물리나 수학처럼 완벽히 어떤 상황에서나 맞아 들어가는 공식이 아니며, 사실 대단한 과학이 아님을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정답인 금융 의사 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인에게 적합한 금융 의사 결정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러한 점을 본서에서는 ‘소프트 스킬’ 이라 하는데, 돈의 기술적인 측면 즉, 공식 따위가 중요치 않고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 나는, 나에게 적합한 금융의 ‘소프트 스킬’ 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어느 한 사람의 성공 사례를 세세히 살펴보다 보면, 그 사람의 성공이 행운이 작용한 덕분인지, 순전히 그 사람의 능력 덕분인지 절대 알 수 없다. 반대의 경우로, 매우 실패한 사람의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도, 이것이 그의 끔찍한 의사결정 때문인 것인지 혹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감행했을 때의 실패 사례인 것인지 알 수 없다. 5% 확률로 실패하였든 80% 확률로 실패하였든 보여지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여기서, 성공과 실패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어떤 결과를 얻든, 나의 노력이나 의사 결정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95% 확률로 성공하는 ‘옳은 투자 결정’을 하였더라도 5% 확률로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계속 이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실패가 일어날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정말 ‘옳은 투자 결정’을 하더라도 절대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을 걸고 실패할 경우엔, 다시는 일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항상 ‘안전마진’ (실수에 대비한 여지) 을 가져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안전마진’ 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전마진의 목적은 예측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위한 것”. 위에서 말했듯이, 누구나 실패한다.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예를 들면, 러셀3000 구성 주식(포트폴리오를 매우 다양화해놓은 지수 구성종목) 중 대다수는 70퍼센트 이상의 시가총액을 상실했다. 사실상, 러셀3000 지수 전체 수익률을 견인한 것은 7퍼센트의 기업들 뿐이었다. 이러한 7퍼센트의 기업들을 long tail (꼬리 사건) 이라고 한다. 평범하지 않은,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건들이다. 금융에서도 long tail 은 발생한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전체 수익률을 견인해간다는 것이다.

 

나는 안전마진이 long tail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안전마진으로 버티며 이러한 꼬리 사건을 기다려,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벤저민 그레이엄의 안전마진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저 나의 리스크가 제 값을 할 때까지 오랫동안 살아남고 싶은 것 뿐이다.”

 

또한, 자신이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야만 한다. 데이 트레이더인가? 1년 이내에 팔 것인가? 10년 이내? 30년 이내? 이것을 먼저 정하는 것이 투자의 시작이다. 어떤 방향을 택하느냐에 따라 모든 관점과 롤모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는 사람이 데이 트레이더의 말에 흔들릴 필요가 없으며, 당장 내년의 경기 침체에 밤잠을 설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러한 시장의 변동성은 우리가 수익을 가져갈 때 필요한 일종의 가격표인 셈이다. 또한, 주식을 더 매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본서에서 금융, 투자와 관련하여 깊게 감명받은 부분은 위의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필자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 부분은 다른 부분이었다. 그것은 바로 돈을 다루는 태도.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한 태도를 알려준 부분이었다.

 

나는 현재 매달 적금을 들며 저축을 늘려나가고 있다. 어떠한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의 권유, 그리고 내가 저축이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신성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축이 커져나가는 것을 볼 때 알 수 없는 마음의 안도감이 퍼졌다. ‘돈이 있다’ 는 것의 의미를 알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느끼고 있던 듯 하다. 이렇듯, 내가 몰랐던 점을 본서에서는 명쾌하게 설명해주었다. 돈. 즉, 저축이 내재하는 가장 큰 가치는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자산이 있으면 독립성과 자율성이 내게 생긴다. 삶의 통제권을 나에게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저축의 뻔한 목표가 되는 유형적인 것들(차, 시계, 집, 사치품 등) 보다,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라는 말이 나에겐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돈이 많다고 하여 행복한 것도 아니고, 돈이 적다고 하여 행복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돈을 수단으로 하여 삶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중요하지 않은 것(부를 더 창출 하는 것)에 중요한 것(나의 가족, 인생, 재산 전부)를 거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며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돈은 떼놓을 수 없다. ‘돈의 심리학’ 이라는 본서를 읽으면서 투자에 대한, 저축에 대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한다. 특히 나를 포함한 2030 세대에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아직 많은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야망만을 갖고 있는 우리 세대들은 ‘바보같은 짓’을 언제 저지를지 모른다. 욕심은, 그들이 그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성인으로서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우리 세대에게 매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본서를 읽으며 지금까지의 나의 투자에 대해서 곱씹어 볼 수 있었다. 모건 하우절의 조언을 들으며 스스로 부끄러운 부분이 많았다. 나에게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았다. 개선해야 할 점들은 투자의 세세한 방법이 아니었다. 돈에 관한 ‘마음가짐’ 이었다. 내가 이 책을 가장 추천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투자서 라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잡아 주기 때문이다. 더 안정적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길 원하는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드류 딕슨의 추천사를 소개하며 마치겠다.

 

“당신이 20세라면 이 책을 읽고 모든 조언을 수용하라. 나중에 50세가 되었을 때 기뻐할 것이다. 당신이 30세라면 이 책을 읽고 성공의 이유, 실패의 원인, 후회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한 관점을 크게 발전시켜라. 당신이 40세라면 이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투자 전략을 수정하라. 시간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 당신이 50세 잇아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당신이 더 잘할 수 있었던 일, 여전히 잘할 수 있는 일을 배우고, 당신의 20세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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